① 고인돌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

한반도에 있는 고인돌의 숫자는 대략 4만 개 정도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 발견된 고인돌의 절반 이상이 한반도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 위해 나는 고인돌에 얽힌 다른 퍼즐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인돌과 청동기문화 그리고 농경사회와 천문지식

고인돌은 수십 톤의 큰 돌을 움직여서 만들어진다. 수십 톤의 큰 돌을 움직이려면 많은 사람을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정치권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 정치권력은 청동기와 농경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그 이전에 돌을 사용하며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청동기를 쓰며 정착해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포섭되거나 정복당하며 사라져갔고, 청동기와 농경을 사용한 사람들은 점점 큰 무리로 발전하여 나라를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농경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치수와 천문이 필요했고, 그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어야 했다.

그런데 고인돌과 천문지식이 하나의 주제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고인돌과 청동기문화와 천문지식은 농경이라는 몸통에 하나로 이어진 팔다리와 같아서,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실제 우리나라 고인돌에는 다양한 별자리 모양이 새겨져 있다.
고인돌을 덮은 커다란 덮개돌 윗면에 별자리 모양의 홈(성혈)이 새겨져 있거나, 고인돌을 받치는 받침돌에 새겨져 있거나, 고인돌에서 몇 미터 떨어진 땅속에 묻혀 있던 별도의 돌판에서 별자리가 발견되기도 한다. 

청원 아득이 고인돌

고대의 천문지식이란 정치권력을 가진 집단이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이용하여 점을 치고,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절기를 나누어 절기마다 해야 할 일을 정해야 했다. 즉, 천문지식은 아무나 손댈 수 없는 신성한 분야로 관리되어야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삼국사기에 그 많은 천문 기록이 존재하는 이유도, 분명 삼국사기가 보고 참조한 옛 도서들에 그러한 내용이 실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로리의 볍씨

이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청주 소로리에서 나온 볍씨다.

충북대 발굴팀은 1998년 오창과학산업단지 조성 공사 중 토탄층에서 이 볍씨를 찾아냈다. 이 볍씨는 미국 연구소와 서울대 가속기 질량분석(AMS) 연구실의 교차 검증을 거쳐 약 1만 2900년에서 1만 4100년 전의 것으로 측정되었다.

👉 관련 신문기사 바로가기 경남매일 2022년 7월 14일 기사

농업과학자 박태식 박사와 이융조 교수가 이 볍씨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단립벼 17톨이 초기 순화 단계의 재배벼로 확인되었다. 2024년에는 이 연구가 국제학술지 Plants에도 실렸다. 사람이 벼를 길들인 가장 오래된 흔적이 한반도에 있는 것이다.

이 볍씨 이야기는 「① 소로리 볍씨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에서 자세히 다루었다.

환단고기가 전하는 이야기

또 하나, 『환단고기』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전해진다. 「단군세기」에 따르면 단군왕검 재위 67년(BCE 2267), 왕검은 태자 부루를 도산(塗山)에 보내 우(禹)를 만나게 했다. 태자는 그 자리에서 우에게 오행의 원리로 물을 다스리는 법을 전해 주었다. 「태백일사」는 이것을 금간옥첩(金簡玉牒)이라 부르고, 오행치수의 요결이었다고 적었다. 우는 뒤에 하나라를 세운 인물이다.

홍수를 다스리는 일은 곧 농사를 지키는 일이었다. 나는 이 기록을 한반도에 무수히 남아 있는 고인돌과 소로리 볍씨, 그리고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들과 함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경과 치수와 천문이 하나로 이어진 문명이 고조선에 있었다는 것을 『환단고기』는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로 이어지는 그림

천상열차분야지도 이야기도 다시 한번 꺼내야겠다.

천상열차분야지도

내가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책, 『하늘에 새긴 우리역사』의 저자인 천문학자 박창범 교수는 이 천문도의 별자리 위치를 분석해, 중심부는 조선 초, 바깥쪽은 약 2000년 전, 서기 1세기 경의 고구려 시대 하늘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대해서는 소개할 내용이 많아 다음 글에서 자세한 내용을 다룰 예정이니 하단의 바로가기를 눌러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놓고 보면, 고인돌의 별자리, 소로리의 볍씨, 환단고기가 전하는 치수 이야기, 그리고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장르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것들이 결국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한반도에서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에,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고도의 문명과 정치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증명된 사실과 아직 증명을 기다리는 이야기가 뒤섞여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둘을 구분해서 볼 줄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것은 확실하게, 아직 열려 있는 것은 열려 있는 채로 남겨두면서, 나는 이 땅에 살았던 고대인들이 결코 하늘 아래 작은 존재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고구려의 역사책이 모두 없어졌지만 광개토대왕비가 우뚝 서서 고구려의 역사를 웅변하고 있는 것처럼, 한반도의 고대사가 신화로 치부되는 상황에서 4만 개나 되는 고인돌들은 어쩌면 우리의 막힌 눈과 귀에 대놓고 소리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똑똑히 보라"고, "이것을 보고도 모르냐"고...

👉 다음 글 바로가기 ② 고대의 국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몸철학 드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