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통일신라의 국경선은 어디였나?
이전 글에서 나는 고려의 국경선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국경선과 다르다는 것을 소개하였다.
그런데 고려는 통일신라를 이은 나라다. 그렇다면 통일신라의 국경선은 어디였나?
학교에서 배운 통일신라 국경선
내가 학교에서 배운 통일신라의 북쪽 경계는 이렇다.
발해를 견제시키려는 당이 신라에게 평양 이남의 영유권을 공인함으로써 성덕왕 34년(735)부터 대동강에서 원산만을 연결하는 북방 경계가 설정되었다. (『압록과 고려의 북계』, p.159)
이 설명대로라면 신라의 북쪽 끝은 지금의 대동강이다. 그런데 『압록과 고려의 북계』는 이 통설과 어긋나는 당대의 기록 세 가지를 나란히 짚어 나간다.
첫 번째 근거 — 「요사」가 말하는 신라의 위치
「요사」는 원나라가 편찬한 요나라의 정사다. 그 「지리지」 동경도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요주(遼州) 암연현(巖淵縣)의 동쪽 경계는 신라이며, 옛 평양성이 현의 서남쪽에 있다. (『압록과 고려의 북계』, 「요사」 「지리지」 동경도조 인용, p.159)
요주는 지금의 요령성 지역이다. 그 한 현(縣)의 동쪽 경계가 "신라"라고 적혀 있다는 것은, 신라의 경계가 한반도 안이 아니라 요령성 부근까지 닿아 있었다는 뜻이 된다. 정사가 직접 남긴 기록이라는 점에서 가장 확실한 근거다.
두 번째 근거 — 서긍이 실제로 본 경계, 「고려도경」
1123년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송나라 서긍은 「고려도경」에 이렇게 적었다.
고려는 이미 신라를 아울러서 동북쪽이 조금 넓어졌고, 그 서북쪽은 거란과 닿았다. 이전에 요수(遼水)를 경계로 하였다가 뒤에 침략과 핍박을 받아 압록으로 물러나 험한 것을 의지하여 지켰다. (『압록과 고려의 북계』, 「고려도경」 인용, p.160)
신라를 이은 고려가 "이전에는 요수를 경계로 했다"는 문장이다. 요수는 지금의 요하다. 중국 쪽 사서가 아니라, 고려 땅을 직접 밟아본 사람이 남긴 기록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있다.
세 번째 근거 — 허항종이 실제로 본 경계, 「봉사행정록」
1125년 금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 송나라 허항종의 「봉사행정록」에도 관련된 기록이 있다.
함주(咸州)에서 90리를 가서 동주(同州)에 이르기까지는 계속 북쪽으로 갔는데, 동쪽에 큰 산이 바라다 보였다. 금나라 사람들은 이것을 신라산이라 불렀다. 산이 깊숙하였으며 길이 없다. 계곡 깊은 곳은 고려와 접경을 이루고 있다. (『압록과 고려의 북계』, 「봉사행정록」 인용, p.160)
지금의 요령성·길림성 접경 부근에서, 금나라 사람들이 "신라산"이라 부르는 산이 있었고, 그 산의 깊은 계곡이 고려와 접경을 이룬다는 기록이다. 이 지명이 실제로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신라·고려의 경계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지리 인식이 지금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랐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통일신라의 국경선은 어디였나?
정사인 「요사」의 국경 기록과, 직접 고려 땅을 다녀간 두 사신의 목격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앞서 살펴본 평양=요양, 압록강=요하라는 설명과 위에서 소개한 내용을 참고하면 통일신라의 국경도 한반도를 넘어 요령성 지역까지 확장된다.
나는 한 마디로 통일신라의 국경이 고려의 국경과 비슷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
나는 통일신라에서 고려까지 우리의 국경이 사실은 한반도를 넘어 있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고구려와 백제, 신라와 가야의 역사도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구려와 백제, 신라와 가야의 역사가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어떻게 다른지, 기록을 통해 되돌아보는 것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나중에 검토해 볼 예정이다.
단, 이전 글에서 '하늘에 새긴 우리역사'라는 책을 소개하며 저자인 박창범 박사가 삼국사기의 천문 기록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가장 최적의 관찰 위치를 검증하였는데 거기에 삼국의 실제 수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라고 권하고 싶다.
👉 관련 글 바로가기 ①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 (박창범 지음)
나에게는 마음 속에서 더 급하게 밝히고 싶은 주제가 있다.
그것은 통일신라에서 고려까지 지금까지 살펴본 국경선이 언제부터 어떻게 한반도 안으로 축소, 왜곡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에 대해 글을 이어 나가려 한다.
👉 다음 글 바로가기 ② 삼국사기와 통일신라 국경선에 대하여
몸철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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