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매천야록을 읽고서
구한말 전남 구례에 살던 매천 황현 선생이 남긴 ‘매천야록’은 나라가 망해가는 과정을 비판과 울분을 담아 실감 나게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저는 책장을 넘기는 내내 "어떻게 나라가 이렇게까지 망조가 들 수 있는가" 하는 분노와 개탄이 수시로 치밀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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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천야록 (서해문집) |
45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동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이 직접 보고 들은 사실을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박제된 죽은 역사가 아니라, 동네 할아버지가 살아생전 겪은 이야기를 바로 앞에서 들려주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나라를 팔아넘긴 주범은 이완용이 아니라 고종이다
대원군 10년 집정 기간 동안 어렵게 비축해 둔 나랏돈을 고종과 민비는 매일 같이 연회를 벌이며 단 1년 만에 모두 탕진해 버렸습니다.
사치와 방탕을 더 이어갈 나랏돈이 바닥나자, 그들은 과거 급제 자리를 팔아치우고 급기야 시골 수령자리부터 고위 관직까지 직급별로 가격표를 붙여 매관매직을 일삼았습니다. 나라가 망한 첫 번째 죄는 단연 고종에게 물어야 하고, 그 뒤를 이어 민비와 그 외척 세력들에게 물어야 마땅합니다.
왕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 만 번 목을 베어도 모자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나라가 도탄에 빠져도 자신의 안위만 챙겼던 고종의 무능과 비열함은 만 번을 목 베어 광화문에 내걸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수십 년간 한국에 머물다 돌아간 미국의 한 공사는 "천하 어디에도 이런 인간은 없을 것"이라며 고종을 비난했습니다. 이런 임금을 왕이라고 섬겨야 했던 당시 백성들은 참으로 불쌍하고 원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고종을 왕이랍시고 전국에서 의병이 일어나 목숨을 바쳤고, 몇몇 충신들은 자결로 신하의 도리를 다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고종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자기가 시킨 일이 아니라 "일부 극렬한 무리가 벌인 일"이라며 도망치기 바빴던 인물이었습니다.
최악의 만행은 고종과 민비가 제 나라 백성인 동학 농민들을 죽여달라고 외국 군대를 끌어들였고 일본 군대와 조선 군대가 합심하여 동학 농민들을 학살하도록 명령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때 학살된 동학 농민의 수가 자그마치 5만 명입니다.
제가 어려서 배운 역사에 의하면 조선을 팔아 넘긴 죄로 이완용을 첫 번째로 꼽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완용의 죄는 고종의 죄에 비하면 웃음이 나오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고종은 이완용을 뒤에서 조정하면서 나라를 팔아먹은 주범이라 생각합니다.
악한 지도자를 처벌하지 못하면 족쇄는 후손들에게 대물림된다
악한 지도자가 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은 일개 살인자보다 만 배는 심한 형벌을 받아 마땅한 죄입니다. 그런 지도자를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지 못하고 처벌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후손들에게 대물림이 되는 것입니다.
마치, 아버지가 노예이면 아들도 노예가 되고 손자도 노예가 되는 것처럼 오늘날에도 고종처럼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위정자들을 처단하지 못한다면 그 족쇄는 후손들에게 대물림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악순환의 대물림을 끊어내야 할까요?
한(恨)을 넘어 흥(興)으로, 우금치 아리랑을 부르자
매천 황현은 고종 1년부터 써 내려간 ‘매천야록’을, 순종 4년 한일합방 소식을 접한 날 절명시 4편을 남기고 자결하며 마무리합니다.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만 하구나“
글을 아는 지식인으로서 황현은 자결이라는 무력한 한탄으로 시대를 어루만질 수밖에 없었지만, 저는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동학농민군이 우금치 전투에서 승리하여 한양으로 입성했다면 어땠을까요? 프랑스혁명 때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세웠듯 고종의 목을 쳤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저는 매천 황현처럼 지식인의 눈물과 자결에 그치는 역사에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한(恨)을 뚫고 나오는 국민들의 흥(興)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역동적인 힘으로 바꾸어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학농민군이 우금치 고개를 넘지 못하고 결국 나라는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지만 우리 후손들은 우금치 고개를 넘어 광화문 광장에서 우금치 아리랑을 신나게 부르는 때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다음 글에서 제가 왜 우금치 고개와 아리랑에 집중하며 ‘우금치 아리랑’이라는 시를 쓰고 그것으로 노래까지 만들었는지 자세히 말하고자 합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다음 글을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 다음 글 바로가기 ② '광해군' (한명기 지음)을 읽고
몸철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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